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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작성일시     |     2010-02-21 12:01:07   조회     |     4075
  제목   |     쟁점과 대안 <9호> 북한, 서방과의 대타협 포기할까
북한, 서방과의 대타협 포기할까

[회원기고/칼럼]   중앙 2009. 04. 16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북한은 위성 발사라고 강변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위성 발사를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간주하고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은 그동안 유보했던 자산 동결과 여행 제한 등과 관련한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사전에 공언한 대로 6자회담 불참과 핵억제력 강화를 들고 나왔다.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미 북한은 영변 핵 불능화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의 핵 전문가들과 국제원자력기구 모니터 요원에게 북한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구사해 왔던 충격요법을 통한 국면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냉각기를 거친 이후에 새로운 협상 국면이 열릴 수 있다. 당분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맞서 핵확산이냐 협상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면서 위기를 계속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 전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군사적 억제력으로 사용하면서 자력갱생하려는지도 모른다. 정권과 체제 수호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북한은 미국·일본·남한 등 서방과의 대타협 노선을 포기하고 중국·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안보리 성명 채택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노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의 향방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밀고 협상력을 높이려 하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면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내놓아 보라는 식으로 지켜보고 있다. 북한의 WMD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한 미국이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제재와 함께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위기 국면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 때처럼 북한위협론을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의 명분으로 활용한다면 북·미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이란과 쿠바에 대한 유화정책에서 대북정책의 단면을 예상해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의 태도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은 결정될 것이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6자회담은 북·미 양자협상의 결과를 추인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6자회담 무용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과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6자회담의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면 6자회담 참가를 카드화해서 협상에 활용할 것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표방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WMD 확산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언급한 대로 미국은 로켓 발사의 낙진이 가라앉으면 북·미 양자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을 바라고 있다. 제2의 페리 프로세스 같은 포괄적 접근방안에 북·미가 합의할 경우 6자회담은 비핵화, 경제·에너지 지원 등을 위한 다자협력 틀의 위치를 되찾게 될 것이다.

남측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가입을 결정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PSI 전면 참가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즉시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선포해둔 터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로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현시점이 국제규범 준수 차원에서 PSI에 전면 참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겠지만 북한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남측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복원보다는 위기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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