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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작성일시     |     2015-04-08 11:07:27   조회     |     707
  제목   |     싼게 비지떡 : 선별복지의 함정

싼 게 비지떡 : 선별복지의 함정

 

이정우 교수 (경북대 경제학과)

 

* 이 글은 이정우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01541일 자 경향신문 [시대의 창]에 쓴 칼럼입니다.

 

경남이 무상급식을 폐지하면서 선별복지 대 보편복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홍준표 지사는 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폐지하면서 그 돈으로 가난한 학생들의 교육복지 사업에 쓰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선별복지다. 그는 보편복지보다 선별복지가 낫다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이번 조처에 대한 국민 여론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아이들 밥 먹는 것 갖고 너무했다고 나무라는가 하면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학교 급식에 대해 선별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3분의 2, 보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3분의 1로 나타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런 선별주의 여론을 등에 업고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폐지하는 난폭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다. 한번 생각해보자. 3분의 2의 사람들이 학교 급식에서 선별주의를 선호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예산이 부족한데, 부잣집 아이들까지 공짜밥 먹일 필요 있겠느냐, 그 돈을 아껴 다른 요긴한 데 쓰자는 단순, 소박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진짜 단순한 생각이다  

보편주의와 비교할 때 선별주의는 우선 예산이 적게 들어 보이지만 결코 싼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데 큰 조사비용이 들고, 선별에서 빠진 어려운 사람이 발생하고(송파 세모녀 사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속여서 나랏돈 빼먹는 부정이 생기고, 선별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낙인효과), 복지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반복지 의식을 함양하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어 복지국가 건설을 방해한다  

그래서 선별주의 복지를 하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아직도 복지기피국가로서 사람들 살기가 어렵고, 사회가 불평등하고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흘어지고, 거리에 거지가 많고 범죄도 많은 나라다  

그러니 선별주의는 결코 싼 게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에 비해 보편주의를 하는 북유럽은 훨씬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선별주의를 하는 나라보다는 보편주의를 하는 나라의 재분배 효과가 크고, 소득분배도 양호하다  

싼 게 오히려 비싸고, 비싸 보이는 게 거꾸로 싸다고 하는 역설적 현상이 복지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선별주의가 우선 돈이 적게 들어 좋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왜 군대는 무상급식을 하나? 왜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소득을 조사해서 교육비를 차등 부과하지 않고 무상 의무교육을 하나? 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은 보편주의를 하나? 미국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국민이 전체의 15%나 되는 선별주의를 하는 나라인데, 우리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보편주의다. 의료보험에서 미국식 선별주의와 한국식 보편주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보면 선별주의를 지지하는 우리 국민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홍 지사는 예산이 부족하니 예산을 학교급식에 쓰지 않고,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지원에 쓰겠다고 한다. 스웨덴, 핀란드가 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될 때였다. 소득이 25000달러가 넘는 한국이 아직 가난해서, 예산이 부족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그건 핑계일 뿐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의지다. 예산이 없는 게 아니고 하기가 싫은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아이들 밥 못 주겠다는 도지사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경남 예산의 0.5%도 되지 않는다. 홍 지사에게 묻겠다. 무상급식 이외 99.5%의 경남 예산 중에서 아이들 밥 먹는 것,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항목이 과연 몇 개나 있는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들 밥 먹는 것, 공부하는 것은 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왜 홍 지사는 둘 중 하나만 하려 하나? 왜 무상급식을 아동 교육복지사업과 싸움 붙이나? 유능한 지사는 둘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속셈은 야당이 지난 몇 년 동안 새누리당과 싸워 힘겹게 성취한 커다란 업적인 무상급식을 흠집내려는 것 아닌가.  

홍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글쎄. 누가 봐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자 밥도 먹는 곳이다. 학생들이 밥 먹는 일은, 특히 모두 둘러앉아 같은 밥을 먹을 때에는, 좋은 공부가 된다  

왜 밥과 공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강요하는가. 홍 지사 어법을 빌리자면 미국 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지 골프 치러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원문보기 링크 : [시대의 창] 싼 게 비지떡 : : 선별복지의 함정 (경향신문, 2015.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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