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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 후원안내
  미래연 정책연구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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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작성일시     |     2013-08-21 18:37:44   조회     |     1906
  제목   |     [미래연 이슈리포트]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돌아본 공공병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7문7답)
  첨부파일1   |     미래연_이슈리포트_진주의료원_폐업_사태로_돌아본_공공의료_정책의_현황과_과제.hwp [11]


최근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박근혜 정권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비판과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공공병원은 왜 필요한가? 공공병원은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병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가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돌아본 ‘공공병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7문7답 형식의 이슈리포트로 정리했습니다.

  


[미래연 이슈리포트]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돌아본

공공병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7문7답)
 

이진석 교수(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각계각층, 심지어는 정부 여당과 청와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상남도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폐업을 강행했다. 지난 공공의료 국정조사를 통해서, 경상남도가 온갖 편법과 거짓말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각계각층의 반대와 우려, 그리고 국정조사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진주의료원 청산 절차에 돌입한 상태이다.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이 ‘진주의료원의 개별적인 특수한 상황이지, 공공의료 정책의 후퇴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이 직면한 문제의 대부분은 진주의료원만이 아니라 대다수 공공병원에게도 해당하는 공통적인 문제이다. 진주의료원의 향방은 우리나라 공공병원 전반의 미래 모습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지방 도시에 있는 일개 공공병원의 폐업이 전국적인 이슈로 다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개별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불거진 공공병원 전반의 문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본 글은 이런 문제인식 하에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계기로 그간의 공공병원 정책을 돌아보고,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역할 재정립을 위한 과제를 검토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1. ‘취약계층 진료’가 공공병원의 역할인가?

- 건강보장제도의 취약한 보장성에 기인한 한시적 정체성일 뿐  

지금까지 ‘취약계층 진료’를 공공병원의 역할로 인식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반대하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논거가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박탈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공병원의 정체성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취약계층 진료’를 공공병원의 주된 역할로 인식하는 것은 전국민건강보험이 달성된 1989년 이전 시대에나 적합한 것이다. 1989년 이전에는 건강보험증이 없는 국민이 부지기수였고, 이들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이런 시대에 가난한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본 것이 바로 공공병원이었다.

그러나 전국민건강보험이 달성된 1989년 이후, 취약계층 진료를 위한 공공병원의 중요성은 점차 상실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취약계층은 민간병원보다 공공병원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공공병원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진료비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간의 진료비 격차는 대부분 비보험 진료에서 발생한다. 만약 전 국민의 3%에 불과한 의료급여 수급자 규모가 절대빈곤층을 모두 포괄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질병 치료에 필요한 비보험 진료가 대거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된다면, 현재와 같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간의 진료비 격차는 사실상 소실된다.

그리고 가난한 환자일지라도 저렴한 진료비 때문에 공공병원을 선택할 이유도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예컨대, 4대 중증질환 의료비 완전보장이 실현된다면, 공공병원을 이용하든 민간병원을 이용하든 4대 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가 실현된다면, 그 범위는 4대 중증질환자가 아니라 전체 환자로 확대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취약계층 진료’는 건강보장제도의 취약한 보장성에서 기인한, 공공병원의 한시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2. 공공병원 역할은 무엇인가?

- 과잉・과소진료 아닌 ‘질적 수준 높고 친절하며 안전한 진료’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취약계층 진료’가 공공병원의 역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진료비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적절한 의료이용을 할 수 없는 취약계층도 다수 존재한다. 예컨대, 장애인, 노숙인, 이주민 등과 같은 복합적 취약계층은 건강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경제적 장벽을 낮추어도 지리적, 물리환경적, 문화적, 의사소통의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종류의 접근성은 의료급여, 건강보험과 같은 건강보장제도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영역이다.

수익성이 낮아서 적정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필수진료 분야는 앞으로도 공공병원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으로 남을 것이다. 분만, 격리병상, 호스피스, 재활, 어린이병원, 응급, 중환자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분야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생명’안전망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진료 분야는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은 공급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들 분야는 건강보험수가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수가는 환자를 진료해야 수입이 발생하는 재정기전이다. 그런데 이들 분야는 환자가 없거나 턱없이 적어도, 시설·장비·인력을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수입이 없더라도 경상운영비를 지속적으로 지출하면서 시설·장비·인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나중에 해당 분야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들이닥쳤을 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민간의료기관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다.  

건강증진·질병예방·질병관리 등과 같은 국가 보건의료사업과 정책을 수행·지원하는 것도 공공병원이 담당해야 할 역할과 기능이다. 치료 위주의 서비스 제공만으로는 인구 고령화와 이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비 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병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경증질환이 고액 중증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서비스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민간의료기관도 이런 역할을 수행하도록 적극 유도·지원해야 하지만, 공공병원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이런 서비스 역시 현행 재정기전을 통해서는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병원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할은 과잉진료도 아니고, 과소진료도 아니면서, 질적 수준이 높고 친절하며 안전한 진료, 즉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이 내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바로 공공병원이 되어야 한다. 이런 ‘양질의 적정진료’는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병원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의 급여·수가체계의 결함과 의료기관의 영리적 속성으로 인해 ‘양질의 적정진료’를 민간의료기관에게 기대하기 힘들다. 2012년에 시행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의 약 75%가 평소 병의원에서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과잉진료와 불친절한 진료가 비싼 의료비만큼이나 큰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병원을 활용해 일상화된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 유럽 국가들, 그리고 인접한 일본과 대만의 공공병원을 보더라도, 이들 병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국민에게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3. 공공병원 위기 불러온 원인은 무엇인가?

- 일차적 책임은 정부의 무책임성과 관리부실  

공공병원의 위기를 야기한 일차적 책임은 정부의 책임성과 관리 부실에 있다. 공공병원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변화된 시대적 요구와 현재 공공병원이 수행하는 역할 간의 불일치’이다. 아직도 많은 이는, 심지어는 공공병원 직원조차도 공공병원을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기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이런 정체성에 기초한 활동을 지속하는 한, 공공병원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공공병원의 존재 필요성조차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변화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공공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서도 공공병원의 역할은 매우 포괄적인 선언 수준으로만 언급되어 있을 뿐, 공공병원의 명시적인 목표와 수행기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개별 병원의 관심과 여건, 그리고 역량에 따라 공공병원의 활동 내용과 성과가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개별 병원마다 활동 내용과 성과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성과 관리 역시 ‘경영수지’와 ‘취약계층 진료실적’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공공병원 운영의 목표와 수행기능이 확립되지 못한 점은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전략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병원 측의 산발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유기적 협력이 어려운 점 역시 공공병원의 위기를 자초한 원인 중 하나이다. 중앙정부는 지방 공공병원에 대한 개입 권한과 수단이 취약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도심에 있던 공공병원을 환자가 도저히 찾아올 수 없는 외진 곳으로 옮겨 신축해도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의식과 병원 운영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낙하산 인사로 원장에 임명되어도 이 역시 마땅히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노동부, 경찰청 등 공공병원의 소관부처가 분산되어 있지만, 부처 간 협력과 연계 수단 역시 없다. 지방정부로 내려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전문적인 조직인 병원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다. 게다가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 출신의 도의회 의원들은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에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이다. 

공공병원의 실질적 수혜자인 기초자치단체의 책임성도 전무하다. 임기제 원장과 직원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병원 운영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지원체계도 사실상 부재하다.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와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를 설치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 센터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 채, 국립중앙의료원 내 1개 팀이 각종 사업비 관리와 평가에 국한된 활동만을 수행 중이다.

세 번째 원인은 공공병원의 ‘책임 - 권한 - 건전한 감시’의 공백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공공병원은 역량・책임・권한이 없는 임기제 원장에 역량 개발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동기가 결여된 직원, 그리고 시민 감시와 참여 부재가 더해지면서, 비효율과 관료주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의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효율성을 공공성과 충돌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공공조직은 공공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고,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수많은 공공병원 중에서 지역 주민이 주인 행세하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공공병원 조직 구성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병원 자체의 대대적인 혁신은 공공병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4. 공공병원 적자는 불가피한가?

-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 구분해야 

우리나라 의료는 교과서적인 적정진료를 통해서는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서비스의 원가 보전율은 70% 중반 대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서비스 중심으로, 그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그것도 정량만 정직하게 제공하는 병원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이런 재정적 손실을 과잉진료와 비보험 진료로 메우고 있다. 원가 보전율이 낮더라도 박리다매식으로 양을 불리면 마진이 생긴다. 그리고 비보험 진료서비스는 원가 보전율이 200%에 육박한다. 과잉진료와 비보험 진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승자가 되고, 소극적으로 제공하면 패자가 되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냉혹한 현실이다.  

공공병원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민간병원에 비해 과잉진료가 덜하고, 비보험 진료도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병원 규모의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병상 당 수입을 비교해보면,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런 적자는 적정진료를 하느라 발생한 ‘건강한 적자’이다. 오히려 칭찬해 주어야 할 일이다.  

물론, 공공병원의 적자 중에서 ‘불건강한 적자’도 있다. 그러나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가리지 않고, 도매급으로 적자를 문제 삼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 삼으면, 공공병원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람직한 역할 수행을 등한시 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진료를 하거나, 인력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여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기관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이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 이런 식의 공공병원이라면, 굳이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운영할 이유가 없다. 진료수익을 늘려서, 공공병원 적자를 해소하자는 발상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과잉진료와 비보험 진료를 통해 얻은 의료수익은 어디에도 없던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공공병원이 적정진료를 하느라 적자를 보면, 그 만큼 건강보험재정을 아끼고, 지역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5. 공급과잉 상태에서 공공병원 양적확충이 필요한가?

- 병원 많지만 함량미달..제 역할하는 공공병원 확충 필요한 이유

이미 우리나라는 병원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데, 굳이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가? 일부 도서벽지를 제외하면, 전국 어디서든 20~30분 거리면 웬만한 규모의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투성이인데다 민간병원과 차별화된 역할도 딱히 없는 것 같은 공공병원을 애써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요즘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경제개발협력기구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병상 수는 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과잉 공급 상태이다. 게다가 병상 증가세도 가장 가파르다. 
 

그러나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병원다운 병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병원이 병원다운 역할을 하려면, 일정한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필수 진료과목도 골고루 개설하고, 의료장비와 인력도 제대로 갖출 수 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의 연구와 경험에 따르면, 특정 진료과목을 다루는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을 제외한 일반적인 병원은 300병상 이상은 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의 약 90%가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병원이다. 이들 병원의 평균적인 병상 규모는 120병상에도 못 미친다. 이런 규모로는 진료과목을 제대로 갖출 수 없고, 의료장비와 인력을 적절하게 운영할 수도 없다. 응급환자가 실려와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중환자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환자가 과잉진료 걱정 없이 내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도 턱 없이 부족하다. 친절한 설명과 성실한 진료도 환자의 오랜 바람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각종 의료사고도 환자의 불안을 부추긴다. ‘양’은 넘치는데, ‘질’은 함량미달이다.

물론 이런 진료 관행을 의료기관의 책임으로만 탓할 수는 없다. 건강보험의 급여·수가체계의 결함으로 인한 재정 손실을 박리다매식 진료와 비보험 진료로 대응해 온 구조적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병원도 턱 없이 부족하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만한 여건을 갖춘 병원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행히도 그 당시 신종플루의 치명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 부실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운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급격히 늘고 있는 만성질환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극히 미약하다.  

한마디로 과잉 속의 빈곤 상태이다. 그렇다보니, 의료비 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지만, 정작 사회적 필요와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제공되지 못하고, 의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안도 늘어만 간다.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거시적 효율성도 위협받는다. 제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 확충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거시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6.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역할 수행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서 건립하고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여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공공병원이 국민 건강을 위해 제 역할을 하도록 잘 관리하지 못하고 제각각 알아서 운영하도록 방치했다. 
 

정부가 공공병원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운영의 목표와 수행기능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운영의 목표와 수행기능을 명시한 ‘(가칭) 공공병원 표준운영지침’을 제정하고, 지침에 근거해서 공공병원의 성과를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물론, 지역의 상황과 요구를 반영한 진료·사업은 지자체 재량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표준운영지침에 따른 진료·사업에 대한 지원 및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지자체 필요에 따른 진료·사업에 대한 지원 및 관리책임을 지고, 경상운영 부문의 건강한 적자에 대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병원의 입지 선정과 원장 선임에 대한 사전 개입 혹은 실효성 있는 사후 평가·관리 기전을 갖추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는 공공병원의 구조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된다. 인력지원, 기술지원, 교육훈련, 진료연계를 위한 권역 국립대병원의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은 국립대병원의 공공적 기능 강화 뿐 아니라, 전체 공공의료의 강화와 체질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보건소와의 협력과 역할 분담을 통한 지역 주민의 건강·질병관리, 사회복지 서비스와의 연계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이와 함께 법률에서 명시한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를 조속히 설치하여,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본연의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한 결과로 발생한 적자는 ‘건강한 적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물론 공공병원의 모든 적자가 ‘건강한 적자’는 아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낙후성으로 인한 환자 감소와 수익 하락은 그냥 적자이지, ‘건강한 적자’는 아니다. 내부의 비효율과 운영능력·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적자 역시 ‘건강한 적자’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불건강한 적자’는 적자액의 과소에 상관없이 더욱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 역시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힘들다.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병원의 경상운영비용을 조달하는 재정기전이다. 공공보건의료사업 비용과 자본투자비용은 별도의 예산을 통해 충당되어야 한다. 경상운영비용을 조달하는 건강보험 수입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사업 비용과 자본투자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면, 수익성 위주의 진료가 불가피하고, 이것은 ‘양질의 적정진료’라는 ‘의료의 공공성’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공공병원에 대한 자본투자를 지역개발기금 차입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자본투자를 기금 차입 형태로 지원하면서, 공공병원은 진료수입을 늘려 원리금 상환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공공병원의 안정적인 유지(경상운영비), 공공적 사업(사업예산), 발전(자본투자)을 위한 재정 기전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역할 수행은 불가능하다. 

7.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역할수행 위한 내부 혁신과제는 무엇인가?

공공병원에 대한 책임경영체계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공병원은 책임과 권한의 공백상태에 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명확한 주체가 없는 조직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경영진의 합당한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방식으로 공공병원의 책임과 권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영진에 대한 노동조합, 지역 언론, 지역 주민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공공병원 운영의 투명성과 지역 주민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 운영의 투명성과 지역 주민 참여 강화는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부당한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공공병원을 보호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 회의록, 경영현황, 단체협약 등 공공병원 운영 관련 모든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지역 언론과 주민이 이사회를 방청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이 노·사·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병원 조직 구성원의 인식 개선과 혁신 노력이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협심해서 전력을 기울이고, 때로는 자기희생을 하는 모습을 지역 주민과 정책 당국에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 주민과 정책 당국이 공공병원의 내부 혁신을 체감하고 감동하는 수준이 되어야 공공병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도 가능하고, 공공병원이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조직 구성원의 인식 개선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의식과 노력 역시 중요하다. ‘좋은 공공병원’은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의식과 업무 역량이 뛰어난 인적자원이 뒷받침될 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건강한 적자를 보전해 주는 데는 돈이 든다. 그러나 다소간의 돈이 들더라도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거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는 남는 장사다. 그리고 공공병원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이고 능력이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공공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공병원을 둘러싼 문제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본 이슈리포트는 아래 자료를 주로 참고하여 작성되었음.

이진석. 그래도 공공병원 있어야 한다. 주간동아, 2013년 4월 882호

. 공공병원의 적자는 ‘건강한 적자’. 시사IN, 2013년 4월 292호

.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긴급 정책토론회 발표자료. 비판과대안을위한건강정책학회·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2013년 4월 15일

.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과제. 월간 복지동향,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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